PEPE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 속, 문득 피아노 선율이 스며든다면 그 곡은 아마도 PEPE의 음악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음악은 무언가를 크게 외치기보다는, 조용히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다가온다. 클래식이라는 견고한 기반 위에 자신만의 감성과 색을 덧입혀, 일상과 감정의 틈새를 소리로 메우는 아티스트. PEPE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부드럽고 따스한 결을 지닌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조용한 교감을 나눈다.

그녀는 로파이 특유의 질감이 묻어나는 자작곡들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쳐가고 있다. 거칠지 않고 섬세한 피아노 터치, 과하지 않지만 인상 깊은 멜로디, 그리고 그 안에 스며든 솔직한 감정들. 이 모든 요소는 PEPE의 음악을 단지 듣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경험으로 만든다. 그녀의 음악은 어느 새벽, 혼자 깨어있는 누군가의 곁에서, 말없이 위로를 건네는 친구처럼 존재한다.

PEPE는 일본소녀 감성의 정서를 시각적으로도 풀어낸다. 그녀의 이미지와 감각은 추구하는 음악적 세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사적인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멜로디, 그리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사진들은 클래식과 로파이, 감성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PEPE의 큰 강점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창의성과 음악적 감수성이다.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의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퓨전국악 등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자신만의 언어로 소화해낸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조화를 이루는 그녀의 음악은 고유하면서도 친숙하며, 청자의 삶에 부드럽게 스며든다.

PEPE는 음악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특별한 설명 없이도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고, 청자 스스로가 자기만의 기억을 꺼내도록 이끄는 사람. PEPE는 앞으로도 묵묵히, 그러나 뚜렷하게 자신의 음악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